
익어가는 가을은
늬엇늬엇 지는 해를 부둥키며 노래하고,
섬 떠나는 갈매기는
목청 높여 이별하네.
바람은 옷깃을 여미고
파도는 하얀 그리움으로 모래밭을 적신다.
한때 뜨거웠던 햇살도
이제는 저물어 가는 노을 속에
못다 한 사랑처럼 붉게 타오른다.
산허리를 돌아가는 바람 끝에
낙엽 하나 속절없이 몸을 떨고,
붙잡을 수 없는 세월은
강물처럼 흘러 저만치 멀어져 간다.
아, 가을의 문턱에서
우리는 무엇을 보내고 무엇을 기다리는가.
피었다 지는 꽃처럼
만났다 헤어지는 인연처럼
계절은 말없이 등을 돌리지만,
가슴 한편 묻어 둔 그리움은
찬 바람이 불수록 더욱 깊어만 간다.
지는 해를 붙잡으려 두 팔을 벌려도
저녁은 어김없이 어둠을 데려오고,
멀어지는 섬 끝에 걸린 노을은
오늘도 돌아오지 못할 꿈 하나를
붉은 눈물로 바다에 흘려보낸다.
그러나 가을이여,
너의 쓸쓸함이 어찌 이별뿐이랴.
빈 가지는 다시 봄을 기다리고
마른 들녘은 새 생명을 품으며,
낙엽이 지는 자리마다
다시 피어날 날들의 약속이 잠든다.
익어가는 가을의 마지막 노래를
가슴 깊이 받아 안고
저무는 계절의 길목에 서서
나도 조용히 한 편의 시가 되리라.
노을처럼 붉게 사랑하고,
낙엽처럼 아름답게 내려놓으며,
다시 올 계절을 기다리는 마음으로
늬엇늬엇 가을 속에 물들어 가리라.





